視•시•SIGHT
오늘의 [ 목련 ]
오늘의 [ 멋쟁이 ]
오늘의 [ 귀여움 ]
오늘의 [ 시선이 닿는 곳 ]
오늘의 [ 아름다운 모양 ]
오늘의 [ 시티트레킹 ]
오늘의 [ 녹색템 ]
오늘의 [ 색감 ]
聽•청•HEARING
오늘의 [ 서촌의 낮과 밤]
오늘의 [ 락스타 ]
오늘의 [ 봄이 오는 소리 ]
오늘의 [ 음악과 노스텔지아 ]
오늘의 [ 물소리 ]
오늘의 [ 언더프레셔 ]
오늘의 [ 내한공연 ]
오늘의 [ 부지런함 ]
嗅•후•SMELL
오늘의 [ 그리운 시절 ]
오늘의 [ 쓰레기 미학 ]
오늘의 [ 숲냄새 ]
오늘의 [ 서점의 향기 ]
오늘의 [ 꿈 ]
오늘의 [ 구수함 ]
오늘의 [ 책바향 ]
오늘의 [ 시도 ]
味•미•TASTE
오늘의 [ 다정한 우연 ]
오늘의 [ 엄마밥상 ]
오늘의 [ 바다맛 ]
오늘의 [ 소소한 해방감 ]
오늘의 [ 구미 ]
오늘의 [ 꾸덕 파스타 ]
오늘의 [ 제철과일 칵테일 ]
오늘의 [ 텍스쳐 ]
觸•촉•TOUCH
오늘의 [ 사랑의 습관 ]
오늘의 [ 서울 그리고 춤 ]
오늘의 [ 만짐 ]
오늘의 [ 잎의 감촉 ]
오늘의 [ 성장 ]
오늘의 [ 거칠음 ]
오늘의 [ 책과 잔을 집는 사람들 ]
오늘의 [ 가로 세로 ]
규야
오늘의 [ 목련 ]
오늘의 [ 서촌의 낮과 밤 ]
오늘의 [ 그리운 시절 ]
오늘의 [ 다정한 우연 ]
오늘의 [ 사랑의 습관 ]
김동현
오늘의 [ 멋쟁이 ]
오늘의 [ 락스타 ]
오늘의 [ 쓰레기 미학 ]
오늘의 [ 엄마밥상 ]
오늘의 [ 서울 그리고 춤 ]
김신지
오늘의 [ 귀여움 ]
오늘의 [ 봄이 오는 소리 ]
오늘의 [ 숲냄새 ]
오늘의 [ 바다맛 ]
오늘의 [ 만짐 ]
땡스포커밍
오늘의 [ 시선이 닿는 곳 ]
오늘의 [ 음악과 노스텔지아 ]
오늘의 [ 서점의 향기 ]
오늘의 [ 소소한 해방감 ]
오늘의 [ 잎의 감촉 ]
박선아
오늘의 [ 아름다운 모양 ]
오늘의 [ 물소리 ]
오늘의 [ 꿈 ]
오늘의 [ 구미 ]
오늘의 [ 성장 ]
설동주
오늘의 [ 시티트레킹 ]
오늘의 [ 언더프레셔 ]
오늘의 [ 구수함 ]
오늘의 [ 꾸덕 파스타 ]
오늘의 [ 거칠음 ]
정인성
오늘의 [ 녹색템 ]
오늘의 [ 내한공연 ]
오늘의 [ 책바향 ]
오늘의 [ 제철과일 칵테일 ]
오늘의 [ 책과 잔을 집는 사람들 ]
SOO
오늘의 [ 색감 ]
오늘의 [ 부지런함 ]
오늘의 [ 시도 ]
오늘의 [ 텍스쳐 ]
오늘의 [ 가로 세로 ]
오늘의 [ 목련 ]
개인적으로 봄꽃 중에서는 목련을 가장 좋아한다. 다른 꽃처럼 무리 지어서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게 아니라, 덩그러니 홀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 꽃이다. 그런 모습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무언가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색과 모양으로 피고 지는 것.
몇 해 째 행궁동에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도 정지영 커피 앞에는 목련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행궁동에는 정지영 커피 말고도 봄꽃이 아름답게 피는 장소가 많아서 평소보다 오래 산책을 했다. 이제는 이 동네의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꽃이 피고 지는지를 모두 다 외워버렸지만, 네 계절을 견디고 돌아온 그 환한 얼굴을 목격하는 일은 여전히 나를 들뜨게 한다.
좋아하는 일에 시간과 마음을 할애하는 걸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계절의 얼굴을 기억하고, 꽃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 그 짧은 시간이, 긴 시간 나를 나답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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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규야
오늘의 [ 서촌의 낮과 밤 ]
경복궁역에 내려 수많은 사람을 지나쳐 걷다 보면 어딘가 낯익은 동네가 보인다. 바로 서촌이다. 이곳에 특별히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서촌에만 오면 고향이라도 온 것처럼 편안함을 느껴왔다. 아마도 유년 시절에 흔히 보았던, 오래된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 그럴 것이다.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이라고 믿게 만드는 곳, 서촌은 그런 동네다.
서촌 마을의 길목에는 벚나무가 가득 심어져 있다. 3년 전 어느 봄날, 우연히 서촌의 동화 같은 풍경을 목격한 뒤, 한동안 사월이 오면 이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해마다 시기를 놓쳐서 아쉬웠는데, 다행히 올해는 낮과 밤의 서촌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세월이 느껴지는 집들과 단정한 한옥 기와, 느긋하게 계절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까지. 이 작은 마을은 번잡한 도심 속에서도 조급할 것 없이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간다. 낮과 밤, 나도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흐드러지는 벚꽃을 배경으로 조심스럽게 다정한 순간을 담았다.
꽃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가끔은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서촌에서 하루 종일 꽃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가 주목했던 마음의 소리는 속도에 관한 것이었다. 쫓기듯 살아갈 때는 시간을 아무리 쪼개어 써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무언가를 가질수록 공허한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나만의 속도에 만족하고 집중할 때 비로소 마음에 틈이 생겼고, 그 틈으로 태도의 여유로움이나 의연함 같은 게 돌아왔다.
주변의 꽃들이 피는 것을 부러워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를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계절이 제자리를 아는 듯 오고 감에 변칙이 없고, 오래된 서촌 마을이 자기만의 속도를 지키는 것처럼. 나도 꽃이나 계절처럼, 아니면 작은 마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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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규야
오늘의 [ 그리운 시절 ]
투박하지만 다정한 온기가 느껴지는 마음을 좋아한다. 마냥 예쁜 마음이라고 하기엔 조금 거칠고, 그렇다고 따뜻함이 부족하지는 않은 마음. 빵으로 치면 막 데운 감자빵 같은 것. 어리숙하지만 순수한 진심이 담겨 있는 그 마음을, 나는 여전히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으로만 마음을 표현하던 시절이 있었다. 마음에 딱 맞는 말을 몰라 진심을 전하기에 부족하고, 무엇을 하든 서툴러서 늘 답답했던 시절.
시간이 흐를수록 능숙해지는 데가 있어서, 지금은 훨씬 더 예쁘고 완성된 모습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이따금 그때의 순수한 마음들이 생각나 그립기도 하다.
기억은 지워져도 마음은 남는다.
세월의 풍화를 못 이겨 함께했던 시간들이 지워지고 희미해져 의식 밖으로 사라진다고 해도, 그 시절의 마음은 향기가 되어 가슴 한 켠에 남을 것이다.
언젠가 불어오는 바람에 실린 향기가 익숙해 가슴이 아린다면, 망각의 세월이 다녀갔다고 생각하며 그리움에 잠길지도 모르겠다.
사진의 취향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멋지고 완성도 높은 사진이야 당연히 좋아하지만, 조금은 투박하더라도 온기가 느껴지는 사진을 더 좋아한다. 그런 사진을 보면 과거의 나와 재회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떤 시절에만 할 수 있는 표현이 있다.
마음이든 사진이든 꾸준히 능숙해지겠지만, 진심을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미완의 마음이라도 완성보다는 진심을 전하는 데에 집중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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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규야
오늘의 [ 다정한 우연 ]
삶을 나아가다 보면 이따금 막다른 길에 놓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와버렸고, 이제 와 걸어온 길을 부정할 수도 없어 답답할 때. 그럴 때 나는 정답을 찾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우선 밖으로 나와 어딘가를 걸었다. 어쩌면 지금은 쉼이 필요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한 달 만에 방문한 삼청동에는 초여름 냄새가 물씬 풍겼다. 앙상했던 나무들은 어느새 초록 잎으로 무성해졌고, 목련이 있던 자리에 많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조용한 골목길만이 남아있었다. 카페에 걸터앉아 초여름 풍경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일행은 웬 따뜻한 커피냐고 했지만 지금은 씁쓸함보다는 따뜻함이 더 필요한 것 같았다.
어떤 길을 걷든 스쳐 가는 풍경 곳곳에는 다정함이 쌓여 있었다. 누군가 선물로 남겨둔 것 같은 순간들. 그것을 발견하는 기쁨은 마음의 답답함은 물론이고, 걷는 동안 발목의 뻐근함 같은 것들도 모두 잊게 해줬다.
걷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불확실한 다정함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상한 걸까. 그 다정한 우연에 기대어 걷는 걸음을 때로는 산책이라 불렀고, 때로는 여행, 그리고 사랑이라 부르기도 했다. 결국 모든 걸음이 우연에 닿기 위한 것이었으니 설렘과 불안은 마땅히 짊어져야 할 짐이었는지도 모른다.
우연에 기대어 걸어온 길의 이름은 아마도 청춘일 것이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걸었던 수많은 산책들, 여행들, 사랑들. 앞으로 나는 청춘이라는 길 위에서 또 어떤 걸음을 내딛게 될까. 멈추지 않고 걷다 보면 언젠가 다정한 우연에 다시 한번 닿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때가 되면 나를 힘들게 한 많은 것들을 다시금 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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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규야
오늘의 [ 사랑의 습관 ]
우리가 함께 걷다가 귀여운 강아지를 볼 때면 “우와 귀여워! 여기 봐봐!” 하며 일부러 요란스럽게 말하곤 했다. 사실 혼자 걸을 때 나는 귀여운 강아지를 봐도 미소 한번 짓고 마는 것이 전부였는데, 내 말에 눈을 돌린 네가, 온몸으로 행복을 표현하는 모습을 알게 된 뒤로는 점점 더 요란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젠가 네가 강아지만이 아니라 고양이, 다람쥐, 심지어 오리까지, 우연히 만나는 동물을 모두 다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세상 온갖 동물들을 다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 길을 걸을 때 자주 두리번거렸고, 행복해하는 네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순간을 선물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그 의미를 알게 되었던 시절이었다.
좋아하는 순간을 만날 때 너는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마주 잡은 손을 통해 꼭 쥐어진 온기가 전해질 때 나는 봄날의 햇살 같은 포근함을 느꼈다. 계절이 어떻고, 날씨가 어떻든, 그 온기가 마음의 온도라고 생각했다. 손을 잡는 게 어떤 사랑의 표현보다도 애틋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그때부터 말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한번 몸에 밴 습관은 평생을 간다고 한다. 어쩌면 행복해하는 네 모습을 보는 게 내게는 사랑의 습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배어버린 이 습관이 대상을 잃고도 여전히 남아있어 종종 나를 허탈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한 가지. 우연히 만나게 되는 순간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습관에게 참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사랑이 많았던 너에게도 참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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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규야
오늘의 [ 멋쟁이 ]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이고
멋쟁이들이 노는 곳 동묘
매주 주말이면 동묘에 장이 열리고 사람들이 모인다.
동묘라는 공간만큼 자유롭게 옷을 입는 사람이 많은 곳은 없다.
멋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홍대, 성수동, 이태원, 가로수길은 몇몇 가지 룩 또는 스타일로 정의되곤 한다.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주로 젊은 층의 입맛과 트렌드에 맞춰 변하는 곳이기 때문 아닐까.
하지만 동묘는 애초에 어르신들이 만든 공간이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에 구애받지 않으며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어찌 보면 젊은 사람들은 최근 들어 유입된 이방인이다.
다른 곳에선 독특하다라고 평가받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패션도 동묘에 오면 더 이상 독특하지 않게 된다. 속칭 멋쟁이 아버님, 어머님들에게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입고에 관한 관심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상당히 냉소적인 곳이다)
그런 무관심이 있기에 다양한 멋쟁이들이 모이는 동묘는 오늘도 매력적이다.
PS: 동묘를 두 번 이상 찾은 사람이면 모를 수 없는 사람 바로 동묘 슈퍼스타 맥아더 아버님이다. (이 별명 또한 아버님 직접 말해 주셨던 별명이다.) 아버님이 얼마나 인기가 있냐 하면 한 중국인 관광객이 아버님을 찍은 영상은 20만 뷰를 넘었다.
아버님은 1980~2000년대 초반까지 이화여대 앞에서 옷 장사를 하셨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화여대 앞은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와서 옷을 살 정도로 명소였고 아버님의 가게 또한 엄청나게 잘되었다고 했다. 지금의 모습과는 다르게 옷에는 신경 쓸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산 아버님은 가게를 접으시고, 매 주 본이 직접 커스텀한 밀리터리 차림새를 입고 동묘에 들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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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김동현
오늘의 [ 락스타 ]
1970~80년대는 록 음악의 황금기로 불리는 시기였다. 영국에선 퀸을 비롯한 수많은 록스타들이 등장했으며 한국에서도 산울림, 송골매 등의 밴드들과 함께 낭만의 시대가 열렸다.
순수 외국 음악인 록 음악을 다양한 형태의 시도를 통해 모방에서 시작되던 시기에 데뷔한 사람의 모습과 현재 모습을 담고 싶었다. 처음에는 낙원상가를 기웃거려 보았지만 당연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옛날에 촬영했던 김병길 아버님으로부터 자신의 라이브 카페에서 보컬 연습생을 모집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난 바로 연락을 드렸고 금요일 저녁, 아버님이 운영하시는 라이브 클럽 "돌체"를 방문했다.
영업 중이셨지만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난생처음 가보는 라이브 클럽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였고, 아버님이 앉아있는 것으로 보이는 분을 보며 무대에서 노래 한 곡을 뽑아달라고 했다. (알고 보니 손님이 아니라 아버님이 키우신 제자분이셨다) 그렇게 그분의 공연이 끝난 뒤 아버님은 기타를 잡으시며 "듣고 싶은 곡이 있냐?"라고 물으셨다. 자연스럽게 김광석 노래를 신청했고, 아버님은 노래를 멋지게 불러주셨다. 이렇게 라이브 클럽에 가는 것이 어떤 경험이 될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는데,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그 후, 라이브 클럽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아버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버님은 1979년도 듀엣 그룹 "하늘과 땅으로" 결성 후 "님을 위해 핀 꽃"으로 데뷔하신 싱어송라이터로, 꾸준히 작업 활동을 하셨다. 그리고 라이브 클럽을 차리신 후 지금도 음악을 직접 만드시며 동시에 후배 양성도 하신다고 했다
나를 보며 “사진 찍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면서 자신의 CD를 꺼내 사인하며 응원해 주셨고, 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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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김동현
오늘의 [ 쓰레기 미학 ]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꽃, 낙엽, 어둠과 빛, 좋은 일과 나쁜 일, 생과 사 등 우리 삶은 대비와 균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담배꽁초는 우리의 탐욕과 무관심을 상징하며, 꽃과 낙엽은 아름다움과 죽음의 대비를 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삶을 완성하는 대비이다.
대비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받아들일 때 성장하고 더욱 강인해진다. 따라서 우리는 대비와 균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 인생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창출할 것이다.
작업을 하면서 매 순간이 행복할 순 없다. 오랜 시간 기다림과 거절 또한 나에게 익숙하지만, 그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고통이 올 때, 나는 어김없이 주변의 담배꽁초를 찾아 사진을 찍는다. 담배꽁초는 어디서나 찍을 수 있는 피사체이기 때문에 나에게 꽤 괜찮은 대상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남들은 쓰레기라고 보긴 하지만, 그것이 나의 답답함을 풀어주고, 찍었다는 쾌감도 선사한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라도 셔터를 누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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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김동현
오늘의 [ 엄마밥상 ]
나는 서울에서 산지 7년이 되었다. 서울은 이방인으로 시작한 곳이었고,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리고 문득 고향의 풍경과 사람들이 그리웠다. 그래서 이번 작업을 핑계삼아 오랜만에 고향 대구로 내려갔다. 엄마밥상을 먹으러 간 것이다.
대구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서울과는 또 다른 느낌의 포근함이 있는 곳이며 KTX로 1시간 40분 거리지만 먼 곳이기도 하다. 서울역에서 차가운 바람 맞은 것도 잠시 얼마 안 가서 기차 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이 나를 반겼다. 동대구 역에 내리고는 얼마 전 결혼한 친한 동생과 술 한 잔을 하러 갔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은 내게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었다. 우리는 옛날 추억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렇게 살짝 취한 몸을 이끌고 집에 몰래 들어갔다. 살금살금 몰래 들어가려 했는데 도어락의 소리에 잠에서 깬 어머니는 눈을 비비며 나오셔서 나를 반겨 주셨다. 그러고는 내가 쓰던 방을 가리키며 이부자리를 깔아 놓았다고, 얼른 자라고 말해주셨다.
잠을 푹 자다가 난 엄마의 아침밥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항상 ‘밥 좀 먹어’라고 말하셨는데 서울에 상경한 후로 대구에 내려올 때면 엄마는 나를 배려하는듯 나에게 더 이상 그런 말을 하지 않으신다. 그렇게 일어나서 익숙한 부엌으로 가서 앉았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준비해 주셨다. 직접 담근 갓김치, 된장찌개, 식혜 등등. 오랜만에 먹는 엄마밥상은 정말 맛있었다. 엄마의 손길이 담긴 음식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었다. 엄마의 손에는 세월의 흔적이 있었다. 그 손으로 나를 얼마나 사랑해 주셨을까. 그 손으로 나를 얼마나 위로해 주셨을까. 그 손으로 나를 얼마나 격려해 주셨을까. 그 손으로 나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셨을까. 내가 나를 알기 전부터 엄마는 나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속에 잘 떠오르지 않는 유년기를 엄마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살면서 잊고 있었던 것들이 많았다. 고향의 풍경과 사람들, 엄마의 밥상과 사랑. 이번 작업을 통해 그것들을 다시 기억할 수 있었다. 나는 이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어떤 일을 하든지, 엄마밥상은 항상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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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김동현
오늘의 [ 서울 그리고 춤 ]
고등학교 시절, 나는 한 친구를 알았다. 그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학교가 끝나면 피씨방이나 놀이터에 가지 않고 혼자 연습실로 향했다. 그는 대학 진학이라는 모두의 목표와도 거리가 있었다. 그는 춤에 열정을 쏟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다.
그 친구의 이름은 현규였다. 현규는 춤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했다. 그는 오감을 손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고, 입으로 맛보고, 손으로 만지는 것들을 모두 춤으로 옮겼다. 그는 그렇게 오감을 춤으로 풀어내면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었다.
나는 현규의 춤을 처음 본 순간 매료되었다. 그는 음악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독창적이고 자유로웠다. 그는 자신의 몸을 마치 붓처럼 움직여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이 무대에 자신의 이야기를 그렸다. 나는 그의 춤을 보면서 색깔과 빛, 소리와 향기, 감정과 상상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현규와 친해지면서 자주 그의 연습실에 가게 되었다. 나는 그에게 나의 서울 생활을 말해주었고, 그걸 손으로 표현 해달라고 요청했다. 현규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손으로 춤을 추어주었다. 나는 그의 손이 만드는 모양과 움직임에 감탄했고, 나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것 같았다.
현규의 춤은 서울의 삶을 반영했다. 서울은 현대적이고 번화한 도시지만, 동시에 고즈넉하고 정겨운 곳이기도 했다. 현규는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자신의 춤에 담았다. 서울의 건물과 차량, 광장과 공원, 사람들과 문화를 모두 손으로 표현했다. 나는 현규의 춤을 보면서 서울을 사랑하게 되었다.
현규는 지금도 춤을 추고 있다. 그는 여러 곳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고 있다. 나는 현규가 처음 만난 아티스트였다. 그는 나에게 오감을 넘어선 예술의 세계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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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김동현
오늘의 [ 귀여움 ]
친구가 여행 떠나면서 우리 집에 맡겼던 '먹물이'가 스무 날을 머물고 돌아갔다. 처음 온 날엔 같이 지낼 날이 많이 남았네! 싶었는데, 같이 산책하고 뛰어 놀고 간식 먹는 사이에 후루룩 지나가버린 시간. 막상 떠나고 나니 침대 위에서도, 소파 위에서도, 식탁 밑에서도 빈자리가 느껴져 그리워하던 차에… 친구에게 새 카메라로 찍어둔 먹물이 사진을 보내주려고 정리하다가 오늘치 귀여움 충전.
같이 호숫가 산책하러 가서 둘레길을 신나게 달린 날도 있었고(두 바퀴나 돌았다!), 베이지색 패딩을 입은 먹물이랑 뒷산에 탐험대원처럼 등산을 나선 날도 있었다(이 옷만 입히면 거의 탐험대장 또는 숲 해설사st.). 먹물이 있는 동안 1일 3산책을 하다 보니 반강제적으로(?) 운동량이 늘어서 매일 만 보를 채우고 둘 다 곯아떨어져 잠들곤 했었다. 잘 때는 발치에 있다가 새벽이 되면 추우니 이불 안으로 넣어달라고 머리맡으로 오는 것도 귀여웠고. ; - ;
기다려 천재인 먹물이는 식사 시간이면 눈빛 공격에 약해진 우리가 간식을 준다는 걸 알아서 식탁 밑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곤 했었다. 못 기다리고 두 발로 올라서서 팔을 긁을 때도 있었지만. 심심한 오후엔 최애 인형인 개굴씨 물어오기 놀이를 좋아했다. 먹물이랑 지내는 동안 천 번쯤 한 말은 “귀여워”. 귀여운 순간마다 카메라를 들었더니 추억이 많이도 쌓였다. 카메라를 새로 바꿨을 때 가장 많이 찍는 존재가 지금 사랑하는 존재라면 지난 스무 날 동안 난 짝사랑을 깊게도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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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김신지
오늘의 [ 봄이 오는 소리 ]
시골에서 자란 시간과 도시에서 산 시간이 비슷해져가는 지금, 집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입지 중 하나는 ‘근처에 산책할 만한 곳이 있는가’이다. 서울에 와서 옮겨 다닌 집들의 역사와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려보면, 개천이나 공원처럼 나가 걸을 만한 자연이 곁에 있을 땐 살만했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시들어갔다. 그러니 지난해 이사한 동네에서 너른 천변을 하염없이 걸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겨울엔 팟캐스트나 음악을 들으며 걷다가도 3월에 들어서면 이어폰을 집에 두고 나선다. 들을 것이 많아서다. 화려한 꽃들 때문에 봄은 으레 풍경으로 오는 것 같지만, 가만 귀 기울여보면 소리로도 온다.
겨우내 얼어 있던 개울물이 녹아 힘차게 흐르는 소리, 덤불 속에서 참새나 딱새가 부스럭거리는 소리. 봄부터 집을 짓기 시작하는 까치들은 여기저기서 나뭇가지를 모으느라 요즘 부쩍 소란스럽다. 비탈 진 곳에는 냉이나 쑥을 캐는 동네 어르신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고 그 곁을 지날 때면 사람들은 꼭 어릴 적 얘기를 한다. “나도 소쿠리 들고 다니면서 냉이 캤잖아.” 잔디밭에 돗자리를 편 연인들은 봄노래를 틀어놓고 흥얼거리고, 맞은편 인적이 드문 언덕에 앉아 기타 연습을 하는 이의 서툰 연주 소리가 그 위로 섞인다. 산책 나온 개가 물그릇 앞에서 챱찹챱 물 마시는 소리가 귀여워 부러 걸음을 늦출 때도 있다.
오늘은 커다란 목련 아래 할머니 네 분이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홍매화 색깔의 카디건을 입은 할머니가 말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 다 비슷해. 어쩜 이 나무 아래에선 다들 사진을 찍잖아.” 할머니 말에 그 자리에서 괜히 서성이며 지켜보니, 먼저 멈춰선 앞사람을 따라 걸음을 늦춘 사람들이 홀린 듯 사진을 찍곤 했다. 할머니의 저 말도 적어둬야지, 하고 주머니에 넣는다. 일할 때 듣는 노래가 노동요라면 산책할 때 듣는 이런 소리들은 산책요라 불러야 할까. 봄이 매일 다른 소리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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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김신지
오늘의 [ 숲냄새 ]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올해의 예정된 기쁨’을 여기저기에 심어둔다. ‘행복의 ㅎ’을 모으게 된 후로 생긴 습관. 우연히 만났던 ‘ㅎ’의 순간을 나에게 되돌려주는 일. 작년에 가보고 좋았던 숙소를 다시 예약해두거나, 특정한 달에 가야만 가장 근사한 풍경을 보여주는 곳에 다시 갈 약속을 잡는다. 스스로를 좋은 순간에 자주 데려가려고.
지난겨울 들렀던 산장 숙소에 다시 왔다. “가끔 운 좋은 손님들은 눈을 보고 가시기도 해요.” 체크인 안내를 해주던 숙소 주인이 그렇게 말했고, 거짓말처럼 이튿날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운 좋은 사람이 됐던 곳. 너른 정원 한편에 삼각지붕 모양을 한 방갈로가 있어서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와인을 마셨다. 봄이 오면 어떤 풍경일까 궁금해 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4월 숙박을 예약했다. 봄에 미리 심어둔 기쁨이 있어 긴 겨울을 지나는 동안 문득 문득 설렜다.
유난히 벚꽃이 이르게 피고 진 올해지만, 숲속에는 아직 벚꽃이 남아 있었다. 방갈로 창 위에 눈처럼 쌓인 꽃잎을 올려다보는 동안 달큰한 바람이 불어왔다. 촛대 같은 자목련과 진분홍 개복숭아 꽃, 고광나무 하얀 꽃, 꽃사과 꽃, 라일락, 철쭉이 앞다투어 피어 있어서 어떤 꽃의 향기인지 그 모든 게 뒤섞인 향기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감탄하는 수밖에. 계곡 너머에서는 귀촌한 것으로 보이는 농부가 이랑과 고랑을 일구고 있었고, 그 옆에선 얌전한 개 두 마리가 일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봄의 흙에선 포슬포슬한 감자 같은 훈기가 느껴졌다.
두 번째 오니까 두 배로 좋네. 도롱이애벌레처럼 해먹에 돌돌 말려 있던 강이 말했다. 예정된 기쁨을 심어두길 역시 잘했지. 좋았던 곳에 다시 가서 다시 좋아하는 일이 여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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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김신지
오늘의 [ 바다맛 ]
지역 도서관에 강연이나 북토크 등의 행사로 초대 받아 가게 되면 이틀 정도 묵고 돌아온다. 그 동네 골목길은 어떻게 생겼나, 그곳 사람들은 무엇을 나눠 먹고 무슨 풍경을 바라보며 앉아 있나 궁금해서.
이번에 다녀온 곳은 울진. 태어나 처음 가본 곳이기도 했다. 막연히 토끼 모양 반도가 좁다고 여기다가도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이 생길 때마다 지도가 넓어지는 기분이다. 어려지는 기분은 덤이다. ‘태어나 처음 가본’이라고 운을 뗄 수 있다니… 아무래도 어려지는 기분이다.
강연을 마치고 나면 본격적인 여행자의 자세로 다닌다. 울진에 왔으니 대게도 먹고, 드라마 촬영지라는 바닷가에도 기웃거려 보고, 동네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도 마셔본다. 보호수로 지정된 커다란 나무 아래 서보기도 하고, 발목에 볼을 부비는 고양이에게 마음을 내어주며 화단 턱에 앉아 있다가 수돗가에서 소쿠리를 씻는 할머니의 등허리로 떨어지는 봄 햇살도 바라본다. 여행자란 그런 사람들이다. 동네 사람들이 “거기 뭐 볼 게 있다고 사진을 찍나” 하는 곳에서 한참 동안 서 있는 사람.
돌아오는 날 아침엔 모르는 개와 산책을 했다. 대문간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기에 인사를 했더니 길을 건너 쫑쫑 다가왔다. 아무래도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 “같이 산책 할까” 했더니 등대 방향으로 앞서 걸었다. 작업복을 입은 아주머니들이 장대 같은 걸 들고서 파도가 칠 때마다 뭔가를 채취하고 있었는데 저게 뭐냐는 물음에는 비록 답을 해주지 못했지만. 우리는 대게 모양 가로등 아래 앉아 같이 파도 멍을 했다. 소금기 때문인지 입을 떼어 말을 할 때마다 짭쪼롬한 바다 맛이 났다. 그 장면은 사진에 담지 못했다. 마음에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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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김신지
오늘의 [ 만짐 ]
고향집에 가서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면 재밌다. 찍는 일 자체가 아니라 거기 반응하는 인숙 씨와 숙호 씨를 보는 게 재미난 쪽이다. 인숙 씨는 대체로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고 하던 일을 한다. 점심 때 파전을 해주겠다고 고슬고슬한 봄의 밭에서 쪽파를 쑥쑥 뽑아내고, 땅콩 밭에 땅콩을 심고, 오이 하우스에서 부지런히 밤새 자란 오이를 딴다. “아빠 이것 좀 봐라. 큰 거 다 놓치면서 오이 땄다고 큰 소리치고.” 한 고랑씩 맡아서 수확을 해나가는데, 숙호 씨가 맡은 고랑에선 늘 오늘 반드시 따야 하는데 넓적한 이파리에 가려 지나쳐버린 오이가 발각되고(!) 인숙 씨는 그걸 찾아내 타박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카메라를 의식하는 쪽은 숙호 씨다. “왜? 뭐 찍을라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 척 하지만 얼마 안 가 나를 부른다. “커피나무 봤나.” “이리 와봐라.” 오빠가 아파트에서 키우다 포기한 커피나무를 무럭무럭 자라게 하고 열매까지 맺게 한 건 숙호 씨의 자부 중 하나다. “오!” 감탄하면 뭔가 ‘찍을 만한 것’을 더 찾아주고 싶어 서성인다. “아침에 내가 계란을 꺼냈나, 안 꺼냈나.” 혼잣말을 번역하면 “닭장에 가서 오늘 낳은 달걀 사진을 찍자”이다. 쭐레쭐레 따라나선다. 숙호 씨는 굳이 슬로모션으로 달걀을 꺼내고, 나는 타다다닷 연사를 찍는 것으로 화답한다. 옆에서 알을 품고 있는 닭의 꽁지를 잡아당기기에 “됐어, 됐어! 찍었어!” 서둘러 대답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찍어온 사진들을 나중에 집에 돌아와 혼자 본다. 일상을 기록하는 일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사진이 남는다는 것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파를 뽑는 손이나 달걀을 꺼내는 손 같은 건 찍을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그건 너무 평범해서, 심상하기 그지없어서 남겨둘 만한 순간이 아니니까. 요즘은 대체로 반대로 생각하고, 지나보면 그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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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김신지
오늘의 [ 시선이 닿는 곳 ]
1) 나만의 공간은 작은 방에서 시작되었다. 이 작은 방은 내게 큰 의미를 가지며, 나의 일상에서 가장 솔직하고 담백한 공간 중 하나이다.
2) 방은 작지만, 그 안에는 나만의 세계가 있다. 작년 나만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 시작한 독립 생활이었다. 오래된 주택이라 몰딩은 갈색 나무판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톤을 맞추기 위해 책상과 의자를 비롯한 모든 가구들은 원목으로 배치했다. 원목 가구 사이로 보이는 식물들이 방을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3) 이러한 공간에서는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그동안 쌓인 유튜브 댓글을 읽어보며, 그때 내가 누군가에게 전했던 말을 보며 괜히 나도 위로를 받게 된다.
4) 나만의 공간에서 보이는 것들은 모두 내 취향이었다. 그 중에서도 매일 새롭게 시선을 끄는 건 창 밖 너머 보이는 마당의 나무들이다. 계절별로 변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방 안에서도 계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일상 속에서 큰 행복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5) 아침부터 정오까지 방 안으로 햇살이 들어오면서, 턴테이블에 반사되는 햇빛을 지켜보았다. 그 순간 나는 나만의 공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달았다. 이곳에서는 언제나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며, 매일 나 자신을 위한 여정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6) 작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고 시선이 닿는 곳마다 나의 취향으로 가득한 이곳을 기억하고 싶은 생각에 더해 기록하고 싶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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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땡스포커밍
오늘의 [ 음악과 노스텔지아 ]
음악은 내게 다양한 감정을 전달해주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애정 하는 것 중 하나가 노스텔지아 의미를 담은 향수이다.
음악을 듣다보면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순간,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지며 그 때의 기억과 함께 그 노래가 우리의 마음을 가득 채운다. 특히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때는 연속되는 무드로 그 향수가 더욱 뚜렷하게 느껴진다.
어떤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여행에서의 기억이나 스쳐간 사람들의 추억이 떠오르면, 은은하면서도 갑작스러운 감정이 든다. 마냥 나쁘지 않은 그 감정이 노래가 끝난 후에도 우리를 계속해서 시간 여행을 시켜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애써 떠올리려 하는 추억보다 짧은 시간동안 재생되는 음악으로 은은하게 떠오르는 추억에 잠기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이유에서 음악을 좋아하며, 좋아하는 것은 공유하고 싶어 지나간 기억을 들춰낼 만한 제목과 음악을 엮어 소개하는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은은하고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기억들을 소중히 여기며, 누구든지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플레이리스트들이, 많은 이들에게 그 특별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라보며!.
2019년 10월 보라카이로 가는 길에 들은 “92914 - koh” 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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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땡스포커밍
오늘의 [ 서점의 향기 ]
서점에 발을 내딛자 마치 책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 향기는 종이와 잉크, 그리고 이미 누군가가 느꼈을 법한 흔적들이 섞여 향긋하게 느껴진다. 책장 위에는 각양각색의 책들이 늘어서 있고,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끝없이 이어지는 듯하다.
서점의 향기는 나에게 매우 특별하게 다가온다. 책장 사이로 흘러나오는 향기는 시간을 초월하는 듯하다. 향수가 가지지 못한 끈적거리는 향기는 각각의 책이 겪은 이야기와 살아남은 기억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서점이나 책방에 들어설 때부터 나는 차분한 향기가 좋다. 그 후에 책장 사이를 거닐며 다양한 책들을 살피고, 그 향기와 촉감으로 그 책의 세계관에 빠져든다. 이런 경험은 마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책방에서 느껴지는 향기는 마치 다른 차원의 경험이 되는 것 같다.
어느 평론가의 말이 서점에서의 차분한 향기를 설명해 주었다.
‘책은 좋은 의미에서 우리를 차갑게 한다. 마치 물과 같다. 물과 이성은 기본적으로 차갑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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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땡스포커밍
오늘의 [ 소소한 해방감 ]
아쉽게도 먹는 즐거움에 무딘 편이다. 맛집 탐방보다 그냥 끼니를 먹는다는 생각으로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에 먹었던 음식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다행히도 누구와 함께 먹었는지, 무엇을 이야기했는지는 아주 선명하게 기억이 남는다. 그래서 내게 있어서 음식 자체보다는 그 상황이 행복했던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더라도 식사 시간만큼은 재미있는 것을 보면서 행복하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일시적으로 해방감을 줄 수 있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음식을 먹으면서 소중한 사람들과 대화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더 즐긴다. 혼자 먹을 때도, 좋아하는 것을 먹으면서 예능을 보거나,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시간들이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감을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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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땡스포커밍
오늘의 [ 잎의 감촉 ]
어느 날, 식물의 잎을 만지면서 감촉적인 느낌을 받았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손으로 만져보면 느낄 수 있는 촉각의 메시지가 있었다.
어쩌면 식물이 우리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식물은 주인을 알아본다'라는 썸네일의 콘텐츠를 보게 되었다. 식물이 할 수 있는 표현의 방법에는 잎 밖에 없지만, 만약 새로운 표현 방식을 준다면 주인을 알아본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로 식물의 잎을 조금 더 관심있게 보기 시작했다. 항상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식집사인 우리에게 많은 것을 잎을 통해 전하고 싶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잎을 만져보며 촉각으로도 느껴야 했다.
이런 식물들을 집에 들이면서 집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엔 마당에 두고 비에 흠뻑 젖게도 했다. 사소한 것들이지만 어떤 것에 애정을 쏟는 다면 그 공간의 온기가 포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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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땡스포커밍
오늘의 [ 아름다운 모양 ]
사건은 갑작스레 온다. 어느 화창한 봄날에 아빠가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도 그랬고, 모처럼 혼자 떠난 휴가지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 사고로 앞니 네 개를 잃었을 때도 그랬다. 예기치 않게 닥친 슬픔을 긴 시간 해결해 나가며, 후회를 예측하는 서글픈 습관이 생겼다. 몇 달 전에 동생이 가족 여행을 제안했을 때도 그랬다. 일이 바빠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니 다음에 가자고 거절했다가, 그냥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여행 내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꿀 생각뿐이었다. 여기저기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좀 찍어 보라던 그녀를 휴대폰으로 수백 장 찍어주다가, 억지 표정이나 인위적인 자세를 걷어내는 순간이 오면 카메라를 꺼내 다시 찍었다. 가족들이 무방비인 틈이 보일 때마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꺼내 슬쩍 셔터를 눌렀다.
분주하게 놀고, 아무 걱정 없이 쉬고 있는 가족들을 카메라 뷰 파인더로 들여다보니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자세히 보였다. 엄마가 여태껏 수영할 줄 몰랐다는 사실과 더는 새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는 아빠의 수술 자국, 배 속의 아기로 인해 낯선 모양으로 바뀐 동생의 배꼽…. 수십 년을 알고 지냈지만 전혀 몰랐던 일들이 있기도 했고, 아주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처음 보는 모양으로 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떤 것들은 여전히 그때와 같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후회나 그리움을 예측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살아내던, 그저 물장구를 치는 일에만 집중하던 천진한 시절은 영영 지나가 버렸다. 사건은 앞으로도 어김없이 갑작스레 올 것이다. 모르는 슬픔이 또다시 우리를 찾아내기 전에, 그저 오늘 간직할 수 있는 아름다운 모양을 유심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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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박선아
오늘의 [ 물소리 ]
“욕실 불을 끄고 반신욕 해본 적 있어?” 수년 전, 욕조에 몸 담그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내게 친구가 던져준 질문이었다.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지만 상상만으로도 신나는 장면이었기에, 이 일은 곧 내 비밀스러운 여가 활동이 되었다.
당시에는 좁은 원룸에 살았던지라 욕조를 쓰려면 고향 집에 가야 했다.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불을 끄고 목욕하고 있으면 누군가 불쑥 들어오고, 상황 설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었다. 1인용 간이 욕조가 있는 빌라에 살게 되었을 때는 방해받을 일은 없었지만,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 했기에 편히 머물기가 어려웠다. 최근에 이사한 집에는 넓은 욕조가 있고, 편히 누워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뜨끈한 욕조에 누워 있으면 '이러려고 바지런히 살았나 보다' 하며 행복해진다.
어둠 속에서 반신욕을 즐기는 방식은 간단하다. 욕조에 입욕제를 넣고, 따뜻한 물이 차오르는 동안 음악을 고른다. 준비가 끝나면 스피커 전원을 켜고 불을 끈 뒤, 문을 닫는다. 더듬거리며 욕조에 들어간다. 욕조에 누웠을 때, 가장 먼저 들리는 소리는 물소리다.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져서 그런지 몸의 움직임을 따라 물결이 이동하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찰박거리는 소리가 잔잔해질 무렵에야 틀어둔 음악이 들리기 시작한다. 이미 알던 노래도 그 순간에는 달리 들린다.
그렇게 가만히 누워 있으면 그간의 일들이 지나간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 이번 주도 고된 여정을 함께 한 동료들,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들과 함께 본 풍경들…. 스쳐 지나간 여러 장면이 떠오르고, 가만히 허공에 눈을 두고 그 일들을 영화처럼 들여다본다. 어둠 속에서는 그 모든 일들이 보다 밝게 보인다. 시야가 닫혀야만 열리는 감각들이 있고, 그 순간에는 눈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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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박선아
오늘의 [ 꿈 ]
작사가, 큐레이터, 드라마 작가... 내 못다 이룬 꿈의 이름들이다. 학생 때는 ‘꿈’을 물었을 때, 직업으로 답하지 않았다. 멋이 없었다. 종이를 나눠주며 ‘장래희망’을 적으라고 했을 때도 언짢았다. 미래의 희망을 의미하는 근사한 단어에 원하는 일자리를 대답하라고 하다니, 이런 편협한 교육 체계 아래에 살고 있는 신세를 한탄하며 꾸역꾸역 이런저런 직업을 적어 제출하곤 했다.
애석하게도 요즘은 누구도 내게 꿈을 묻지 않는다. 나는 하고 싶은 대답이 있는데, 아무도 묻지 않기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대뜸 말한다. “나 새로운 꿈이 생겼어.” 별로 궁금한 눈치들도 아닌데 뭐냐고 물어주면 “나 언젠가 먼 훗날 나이가 들면 라디오 디제이가 되고 싶어.”라고 비장하게 답한다.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와 여러 업으로 밥벌이를 해보고 나니, 오히려 이제는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다른 세계의 직업들을 꿈이라 부르는 게 편해졌다. 어릴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은 뭐든 될 줄 알았기에 꿈이라는 단어는 더 거창해야만 했다. 이제는 회사원으로 월급을 받으며 살고 있다보니, 지금과 다른 직업을 갖는 일을 결코 시시하게 볼 수 없다.
어느 새벽, 택시를 타고 강변북로를 지나다가 잠시 창을 열었다. 창밖에서 한강의 눅눅하고 비린 냄새가 났다. 그 냄새를 맡자 마자 처음 이 도시에 상경해 한강을 보러 갔던 날이 생각났다. 그때 나는 내가 서른여섯이 될 줄은 몰랐고, 어떤 직업을 가질 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알던 세계보다 더 넓고 커다란 곳에 와 있다는 안도와 불안으로, 희망에 차 있었다. 그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곡이 멈추고 디제이가 차분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라디오 디제이의 차분한 목소리를 듣다가 문득 꿈이 생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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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박선아
오늘의 [ 구미 ]
감각을 잃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시각을 잃은 봄의 오후, 후각이 느껴지지 않는 여름밤, 청각이 없는 회사 생활…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떠올려 보면 현재가 달리 보이게 되는데, 무엇보다 낯설어지는 것은 미각이 사라진 삶이다. 슬픈 날에는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면서 마음을 달래고,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서 대부분의 시름을 잊곤 한다. 혀의 감각이 사라져서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 무엇으로 삶의 고통을 견뎌야 할까.
어릴 때, 나의 부모는 극과 극의 식미를 갖고 있었다. 엄마는 구미가 까다로워 맛있다고 평하는 음식이 드물었고, 아빠는 거의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편이었기에 식당에 가면 ‘아빠는 맛있는 걸 모른다.’며 엄마는 투덜거렸다. 어느 날, 식사 중에 아빠가 귓속말로 이런 얘기를 해줬다. “선아야, 아빠가 인생의 비밀을 하나 알려 줄게.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맛있다고 중얼거리면 맛있어진다? 진짜 맛있는 음식도 맛없다고 투덜거리면 맛이 없어져!” 어쩐지 믿어보고 싶은 말이었고, 살아가면 갈수록 이 말은 점점 더 진실이 되어간다.
“맛있다!”라고 말하는 순간, 음식의 재료가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 든다. “음~” 하는 추임새까지 더하면 혓바닥 깊숙이 음식의 맛이 배어드는 것 같기도 하다. “행복해!” “기뻐!” 같은 말들도 그와 비슷한 선상에 있다. 어떤 감정이 애매하게 마음을 겉돌고 있을 때, 말로 뱉으면서 나를 이해시키면 뇌가 그 순간을 더 선명하게 인지한다.
얼마 전에 만난 어른에게 미식 생활의 즐거움에 관해 얘기하니 ”나이가 들면 맛있는 것도 사라지니 젊을 때, 부지런히 먹으러 다녀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보니 어릴 적에 비해 맛있다고 느끼는 폭이 좁아졌고, 요즘은 위장이 약해져서 식욕도 줄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몸의 모든 감각은 천천히 노화될 것이다. 그러니 생생하게 감각이 살아있을 때, 부지런히 먹는다. 맛있다, 고 말하며 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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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박선아
오늘의 [ 성장 ]
나는 언제부터인가 누군가 만든 것을 쉽게 평가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원피스 한 벌이 입체감을 가지려면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 울퉁불퉁한 나무나 플라스틱이 매끈한 표면을 갖기까지는 얼마큼 사포질을 해야 하는지, 균일하게 크림이 짜인 예쁜 케이크를 만들기까지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그런 것을 잘 몰랐던 시절에는 세상에 혹평할 것들이 차고 넘쳤다. 동료들과 일을 하거나 친구들과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결과의 이면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사물은 사람의 손을 거친다. 누군가의 손길이 묻어 내게 오게 되고, 저마다 제멋대로 만든 것들이기에 보는 이가 그것을 평가하며 떠드는 것도 자유이고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내가 혹평을 주저하는 이유는 그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은 박애 정신에서는 아니다. 어떤 것들이 완성되기까지 숱한 실패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이상, 그것이 구리다고 손쉽게 평가하는 것보다 그 물건이 거쳐온 여정을 상상해 보는 쪽이 내 마음을 더 편안하고 즐겁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버린 이기심에 가깝다.
내가 내 삶에서 성장이라 부를 만한 장면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알기 전과 후에 생각의 일부가 달라져 있고, 그것이 내 안에서 작용하려면 자신을 설득할 구체적인 사연이 필요하다. 이렇게나 사적인 일이기에, 공공연한 자리에서 성장이라는 단어가 들리면 어쩐지 어색하고 낯간지러운 느낌이 든다. 여럿이 함께 하는 일에 당위를 부여하거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쓰일 때보다, 개인이 은밀하게 간직할 때 더 빛을 발하는 말이라 여긴다.
내 주변 사람들은 다들 어떤 성장을 겪고 있을까. 성장이라는 단어를 빼고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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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박선아
오늘의 [ 시티트레킹 ]
아직 그림 작가로서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던 시절, 도쿄로 여행을 떠난 적 있다. 지도 앱을 보며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간당간당하던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고 폰이 그만 꺼지고 말았다. 여행자에서 미아로 곧장 신세가 바뀌어버린 나는 당황한 채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조금 천천히 돌아서 가면 어때.’
정확한 길은 몰라도 일단 목적지를 향해서 움직여보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걸음을 바쁘게 재촉할 이유도, 반드시 목적지를 찾아야 하는 의무도 없었다. 이러다 발길이 머무는 곳을 목적지 삼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비록 길은 잃었지만 비로소 여행의 방향을 찾게 된 순간이었다.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 대신 시선이 가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이끌리듯 난 도쿄의 좁은 골목길을 향해 가고 있었다. 버려진 의자, 주차 금지 사인,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 사연 있어 보이는 버려진 인형들. 시선을 주자 평범하게만 보였던 골목의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전부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이야기를 경청하는 마음으로 셔터를 눌렀다. 그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마음으로 사진 속 풍경을 그림으로 옮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하는 도쿄, 하지만 오직 나만이 본 도쿄를 사진과 그림 속에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을 이젠 알 것 같았다. 그때 넌지시 예감했다. 앞으로도 나는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되겠구나.
그날 목적지까지는 몇 시간이 더 걸려 도착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한 마음으로 여행을 마무리 했다. 그날 이후로도 여행 중 종종 멈춰서기로 했다. 도시 곳곳에 시선을 던지기 위해. 그제야 반갑게 자신의 색을 뽐내는 작고 소중한 것들을 프레임 안에 담기 위해.
계획대로 랜드마크를 찾아가는 여행도 좋다. 하지만 지도에도 보일까 말까 하는 좁고 어두운 골목 안, 시선을 맞춰주길 기다리는 소중한 삶의 조각들이 너무너무 많다는 걸 알기에 나는 매번 길을 잃고 만다. 우연한 만남들에 또 속절없이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오늘의 시티트레커라는 나의 정체성은 그렇게 수없이 길을 잃고 나서야 탄생했다. 종종 어디서 영감을 얻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무어라 대답하기 힘들어 곤혹스럽다. 어디서 어떤 영감을 마주칠 수 있을지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무지함 속에 답이 있다. 평범한 얼굴을 하고선 엄청난 것들을 숨겨놓은 이 복잡한 도시 안에서 또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매번 설레고 기대된다. 어디론가 또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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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설동주
오늘의 [ 언더프레셔 ]
북적이는 곳을 좋아했다. 사람들의 떠들썩한 말소리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뛰뛰빵빵 자동차 소음이 한 데 섞여 있는 명동 한복판 같은 곳.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감정들이 터져 나오고 우연과 인연이 겹치는 삶의 현장 한가운데 뛰어들어 함께 뒤섞이길 좋아하던, 한 마디로 참 젊고 에너지 넘치던 때였다. 그 웅성임에 기가 죽기는커녕 활기를 얻고 살맛을 느꼈으니, 말 다 했지!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북적이는 곳을 좋아 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완전히 반대가 되어버렸다.
언제부터 였을까? 웅성거림 속에 조금씩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 건. 그저 높고 낮은 음가의 반복처럼만 들리던 사람들의 말소리 속에서 돌고 도는 삶의 고단함이 느껴지기 시작한 건. 빵빵 거리는 클락션 소리에서 시간에 쫓기고 요청에 쫓기는 어느 누군가의 짓눌린 자존감이 느껴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 였을까? 아, 언제부터 그런 것들을 느낄 수밖에 없는 돌기가 나의 내면에 자라나기 시작한 걸까? 퀸의 란 노래엔 이런 가사가 있다. ‘It’s the terror of knowing what this world is about’ 이 세상이 뭘 의미하는지 알게 되는 건 재앙이라는 뜻이다.
너무 당연하게도 아는 만큼 들린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는 만큼 무언가를 해결할 능력이 커지진 않는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피로와 고통이 해결되지 못한 채 도처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지 알게 된 후로, 그리고 나 또한 그 비명 소리를 드높이는 일원임을 인정한 후로 소음이 싫어졌다. 요즘은 멋드러진 카페에 입장했다가도 사람으로 꽉 차 있는 걸 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린다. 북적거림은 더 이상 활기가 아니다. 오히려 생기를 빨아먹고 진을 홀 딱 빼놓는 뱀파이어와 비슷하다.
아무것도 모르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어디에 있든 어느 상황에 놓이든 나는 나대로 나만의 세계 속에 푹 빠져있던 순수한 때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최신 이어폰의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이용해 보기도 한다. 꼭 치트키처럼 소음을 싹 없애주니 그저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마저도 차악의 선택이라는 걸 잘 안다. 어쨌든 내 시야에서 어슬렁거리는 소음의 잔상들까지 지워주진 못하니까. 노이즈 캔슬링 모드로 장시간 있다 보면 머리통이 지잉- 하고 울려 대는데 꼭 마치 정적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 같다.
하루는 시끄러운 카페를 피해 동네의 한 허름한 카페로 피신을 간 적 있다. 커피 콩을 직접 로스팅 하는 곳인지 창고 공간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얕게 깔려 있었고 나를 발견한 사장님은 간단히 목례를 건넨 뒤 설거지가 끝난 컵을 빠득빠득 닦고 계셨다. 널찍널찍 떨어진 테이블엔 사람들이 간간이 앉아 책을 읽거나 타이핑에 매진하고 있었다. 커피를 주문하자 사장님은 분주하게 콩을 갈고 뜨거운 물을 올려 커피를 제조하기 시작하셨다. 기계도 사람도 자기 할 일에만 매진하는 그 공간에서 오래간만에 달콤한 평화를 맛봤다.
소음의 대척점엔 정적이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노이즈를 아무리 캔슬링 해도 얻지 못할 평화가 정적 속엔 없다. 나를 포함한 세계가 제각기 모양대로 뚝딱뚝딱 흘러가고 있는 소리에 평화와 안전과 행복이 있다. 각자에게 조금은 무심한 그 태도에 오히려 나를 위한 존중이 묻어있다. 최신 기술로도 얻을 수 없는 평화가 전해지길 바라며 오늘 나를 행복하게 한 장면들 몇 장을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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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설동주
오늘의 [ 구수함 ]
해방촌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왼쪽 길가에 르카페라는 카페가 있다. 묵직한 철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훈훈한 공기를 타고 구수한 향이 나를 향해 훅 끼쳐온다. 이 구수함이 따뜻한 필터처럼 카페를 감싸 안아 문 안쪽은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친절한 사장님의 인사를 받고 자리에 가서 앉으면 나의 코는 자연스럽게 구수한 냄새의 정체를 찾게 된다. 코를 두리번거리다 진하게 강배전된 원두 쪽을 한 번, 갓나온 고소한 쿠키 쪽을 한 번, 그러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하얀 우유 스팀 쪽까지 훑는다. 냄새의 진원지를 대략 파악한 코는 충분히 만족한다. 손 대신 코에 펜을 쥐여줄 수 있었다면 아마 나는 관찰력이 더 뛰어난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소이라떼 나왔습니다.”
사장님의 멘트와 동시에 나는 화들짝 망상에서 빠져나온다. 르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소이라떼는 진하다 못해 아주 걸쭉하다. 아! 하는 감탄을 참을 수 없는 첫 한 모금과 함께 수많은 기억들이 와르르 소환된다. 머리가 내용을 기억한다면 코는 분위기를 기억한다. 친구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처음 왔던 날의 기분 좋은 생경함, 좋아하는 사람에게 소이라떼를 권하며 어떤 반응이 나올까 두근두근 기대감 가득하던 공기, 외국인과 예술가와 산책 나온 동네 사람이 따로 또 같이 뒤섞인 묘한 공존까지. 아, 아무래도 이 구수한 향에 두께를 더하는 건 소이라떼의 지분이 크다.
그런데 르카페가 신사동 가로수길 한 중간에 있었어도 이런 분위기였을까? 제각기 사연이 있어 보이는 나무 가구들 대신 하나 같은 모양의 테이블 세트가 각 맞춰 일렬로 서있었다면 이만큼 편안했을까? 하물며 사람들 마음을 녹이는 사장님의 저 구수한 바이브가 없으면? 해방촌이 유명해지기도 전부터 이 골목을 지켜온 르카페의 지난 세월이 없었다면? 구수함을 이루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라도 빠지면 이만한 깊이는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취향과 기억과 친절함과 공간의 레이어가 켜켜이 쌓여 어느 순간 자연스레 풍겨져 나오는 시간의 예술, 그게 바로 구수함이다.
그 어려운 경지에 이르른 르카페가 내겐 참 소중한 곳이다.
그리고 그 구수함이 탐난다. 대단하고 싶지도 않고 독보적이고 싶지도 않지만 어느 시점에는 구수함을 풍기는 작가이고 싶다. 나의 지나온 시간의 더께가 그림에 차곡차곡 쌓였으면 좋겠고, 그 시간들이 허투루 쓰이지 않은 알찬 것이었으면 좋겠다.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맛난 소이라떼에 기대어 이렇게 조금은 수줍게 표현해 본다. 너무 큰 목표를 앞세운 채 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만 하루하루를 충실히 감탄하고 충분히 감사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 후는 시간에 맡기기로 한다. 나이가 들어 생각지도 못한 멋진 모습의 내가 되어 있다면, 그건 내가 해낸 일이 아니다. 시간의 작품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늙는 것도 무섭지 않다.
초조할 땐 구수한 소이라떼의 향을 떠올리자. 시간을 음미하자. 오늘 하루에 감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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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설동주
오늘의 [ 꾸덕 파스타 ]
장작처럼 빼빼 마른 아이가 있었다. 끼니를 때우기 귀찮을 때는 에이스 과자 한 봉지로 사흘을 버티고 알약 하나로 몸에 필요한 영양을 모두 채울 수 있는 미래를 꿈꾸던 식욕 없던 그 아이. 이제 그 아이는 없다. 대신 거울 속 무거워진 몸을 자책하며 수시로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30대의 어른만 남아있을 뿐. 그러게 스스로도 참 신기하다. 어떻게 20년이 넘는 세월을 먹는 재미를 모르고 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이토록 번쩍! 미식의 세계에 눈 뜨게 된 걸까 . 맛의 감각을 모르는 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언어 하나를 모르고 산 것과 다름없다.
20대의 끝자락, 호주에서 인물화 버스킹을 하며 먹고 살던 시절이었다. 버스킹에서 번 돈의 액수가 그날그날의 저녁 메뉴를 결정했다. 재료가 빈약하면 빈약한 대로, 풍족할 때는 풍족한 대로 그렇게 정성껏 나를 위해 요리해 본 경험은 그때가 살면서 처음이었다. 저녁이 하루에 먹는 유일한 끼니여서 그랬을지 몰라도 나를 위해 차린 저녁은 언제나 꿀맛이었다. 돈벌이가 아쉬울 때는 내일 더 힘내자는 위로를, 간만에 주머니 두둑한 날은 그 만족감을 배 속까지 가득하게 채우고픈 마음을 음식에 듬뿍 담아냈다. 샌드위치 아니면 파스타로 단조로운 메뉴 구성이었음에도 꼬박꼬박 음식 사진을 찍었던 건 언제 먹어도 매번 새롭게 감정이 벅차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맛에 눈을 떴다. 눅진한 버터의 고소한 풍미와 페페론치노의 알싸한 킥을 좋아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이미 비어있는 접시를 계속 싹싹 긁으며 아쉬움에 입맛 다셔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음식의 맛처럼 나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몸과 연결시켜주는 매개체는 또 없으리란 걸, 맛은 세상과 소통하는 또다른 차원의 언어란 걸 깨달았던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떠올릴 땐 그 음식을 먹었던 상황과 함께 했던 사람 등 그 당시의 맥락과 연결 지을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맛이 모든 것과 통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맛처럼 상황에 취약한 주관 없는 감각이 또 있을까? 반대로 말하면 주변의 모든 것을 한 번에 응축해 담아내는 능력이 맛처럼 강력한 감각이 또 있을까? 나름 맛잘알이 된 요즘 나의 재미는 단골 식당 만들기다. 새로운 맛을 찾아 떠나는 재미도 있지만 같은 메뉴를 여러 차례에 걸쳐, 오랜 시간을 들여 먹어보는 것도 진득한 재미가 있다.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사장님이 던지는 한두 마디 이야기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같은 요리의 맛을 다채롭게 받아들이는 재미가 있다. 하, 요리는 이렇게 얘기만 해도 맛깔스럽구나. 오늘은 간만에 호주 버스킹 시절을 떠올리며 꾸덕꾸덕한 파스타나 한판 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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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설동주
오늘의 [ 거칠음 ]
거친 촉감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상처를 입을지도 모르니 표면이 거친 물건은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다. 사람의 마음씨도 마찬가지지만 거친 건 결국 불친절하다는 뜻이다. 남에게 생채기를 입히든 말든 자기 생긴 모양대로 삐죽빼죽 고집을 피우겠다는 거니까. 그래서 거친 것 근처에 있으면 쓸리고 긁히고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그게 피부가 됐든 마음이 됐든.
그런데 어느 순간 불친절한 거친 표면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클라이밍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엔 실내 클라이밍만 즐기다 이젠 산 중턱에 있는 진짜 바위를 찾아간다. 사람이 잡고 올라가게끔 만들어진 플라스틱 홀드와 자연이 깎아낸 요철로 이루어진 바위의 질감 차이는 엄청나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처음 바위를 오를 때는 손을 살짝 얹기만 해도 따가워서 깜짝 놀랄 정도다.
하지만 바위의 거친 요철을 딛지 않고는 더 높이 오를 수 없다. 뾰족하고 따갑게 내 여린 살을 밀어내는 바위와 불친절한 마찰을 빚은 다음에야 비로소 나는 한 뼘 더 높은 곳에 올라가 있다. 너무 괴롭고 아프지만 디딜 곳이 있다는 안도감이 나를 마취시킨다. 목표 지점에 도착해서야 너덜너덜해진 손바닥을 확인한다. 바위 하나를 정복했다는 성취감이 너무 달콤한 나머지 살점이 떨어져 나간 줄도 몰랐던 때도 있다.
그렇게 거친 촉감은 때로 달콤함으로 다가온다. 그 대가로 내 손까지 딱딱한 굳은 살이 박혀 거칠어졌지만. 나이 들 수록 거칠고 투박해지는 손을 보며 상실감을 느낄 때도 있었는데, 이젠 그 모습에서 매력을 더 느낀다. 이리저리 쓸리고 긁히며 좋아하는 것들을 제대로 즐겼다는 뜻이니까. 그럴수록 더 다양한 것을 품을 수 있는 내 마음만큼은 말랑말랑해져 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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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설동주
오늘의 [ 녹색템 ]
녹색을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물건을 살 때마다 자연스레 녹색을 고르곤 했고, 덕분에 집이 어느새 다양한 채도의 녹색 아이템 천지가 되었다. 마침 좋은 카메라를 사용하게 됐으니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아이템들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말콤백팩
프라이탁은 디자인과 기능성 모두 마음에 들지만 무겁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너무 가벼워서 놀란 제품이다. 그 이유는 방수포 비중이 작고 페트병이 소재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제주 프라이탁에서 처음 보고 고민했다가,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나 제주에 다시 갔을 때 구매했다.
#오이스터퍼페츄얼그린
아이템 중에서 시계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언젠가 녹색으로 구하고 싶었다. 오이스터 퍼페츄얼 그린은 처음 보았을 때 가장 좋아하는 채도의 녹색이어서 첫눈에 반했던 기억이 난다. 파워리저브가 72시간인 것도 마음에 들었던 점. 오죽하면 한동안 핸드폰 배경화면으로도 했었는데, 워낙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라서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구매했는데 착용감도 훌륭하고 여러모로 만족하는 시계이다.
#정체불명의목도리
목 피부가 예민한 편이어서 웬만한 목도리는 불편해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 목도리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암스테르담에서 우연히 들렀던 빈티지 마켓이었다. 타탄 문양이 해리포터 같다고 놀림받기도 하지만 촉감이 좋아서 겨울마다 애용 중. 구매 금액은 5유로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UsquamNusquam
‘어디든, 어디도 아닌’이란 뜻을 가진 제여란 작가의 작품이다. 제여란 작가는 전신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스퀴지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탄생하는 두터운 마티에르는 큰 에너지를 보여주는데, 구매했던 작품은 소품이지만 고래의 꼬리가 물살을 일으키는 것 같은(!) 힘이 느껴진다. 언젠가 대작도 구매하고 싶은 작가님.
#M2L
가끔 한강 공원에 가거나 출퇴근 할 때 브롬튼을 탄다. 주로 시티라이딩 목적으로 왕복 한 시간 내로 타기에 2단 기어의 가장 가벼운 모델로 선택했다. 늦은 밤에도 20도 정도로 따뜻해지는 5월이 오면 정말 즐겁게 타곤 한다. 혹시라도 고민하시는 분이 있다면 꼭 사길 바란다.
#돌린드라이버무스
봄여름철에 식전주로 주로 마시는 술이다. 돌린은 프랑스 샹베리의 드라이버무스 브랜드인데, 드라이하고 우아한 느낌의 술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한다. 17.5도이기에 냉장 보관만 한다면 몇 주 정도 넉넉히 마실 수 있어서 홈술족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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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정인성
오늘의 [ 내한공연 ]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이 순간 빛나는 브랜드보다 긴 호흡으로 자신의 길을 걷는 브랜드를 응원하고, 옷과 신발 같은 소모품보다 손목에 올려두기만 하면 멈추지 않는 시계에 관심 있는 이유다.
이런 취향은 음악과도 연결되는데,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을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쇼팽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고루해 보일 수가) 얼마 전 서울을 뜨겁게 달궜던 해리 스타일스와 빌리 아일리시보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들의 내한 소식에 두근거린다.
얼마 전에는 브루스 리우(Bruce Liu)가 내한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소룡좌’로 불리는 2021 쇼팽 국제 콩쿠르의 우승자다. 조성진이 우승했던 2015년 이후로 6년 만에 열렸던 대회였다. 가고 싶은 리사이틀이 책바 운영과 겹치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는데, 다행히 그의 연주는 휴무 날인 일요일에도 열렸다.
리사이틀을 예매하면 하게 되는 리추얼이 있다. 유튜브 뮤직으로 프로그램과 동일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틈틈이 듣는다.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곡들이 있고, 반복 재생하며 거리를 좁혀야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다 T는 어쩔 수 없다) 물론 곡에 대해 안다는 것은 졸음 방지의 목적도 있다. 좋아하는 마음과 졸음은 별개의 문제니까.
리사이틀 당일, 그의 연주는 내내 반짝거렸다. 스테이지를 오갈 때의 걸음걸이와 미소는 학예회에 처음 등장한 아이처럼 수줍음이 가득했지만, 스툴에 앉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타건은 섬세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쳤다. 특히 마지막 곡이었던 리스트의 <돈 주앙의 회상>은 가슴 뛰게 만드는 연주였다.
천재는 간혹 등장하지만, 그 능력과 성품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이들은 그중에서도 드물다. 브루스 리우는 드문 사람으로 남았으면 한다. 오랫동안 좋아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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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정인성
오늘의 [ 책바향 ]
책바를 운영한지 8년 차가 됐다. 친구와 맥주 한 잔 하기 위해 우연히 방문했던 연희동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내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의 장소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논리적이기 보다는 직감이 컸다.
우연과 직감이 더해진 이 작은 공간에 적지않은 세월의 흔적이 쌓였다. 그 흔적은 산술적으로 쌓이지 않고 마치 화학작용 하듯 더해졌다. 현재 책바에서 맡을 수 있는 향 역시 어느 한순간의 결과물이 아니다.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장맛비
오래된 건물에서 공간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장마철만 되면 긴장과 함께 어깨가 굳어진다. 책바 또한 장마에 속수무책이었다. 어느 휴일에는 을지로 바에서 위스키를 주문하자마자 사고 연락을 받고 바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때 곁에서 몇 시간 동안 묵묵히 물난리를 함께 정리해주던 사람이 지금의 아내다. 이후에는 방수 공사를 철저히 진행해 마음이 편해졌지만 벽에 남겨진 물자국만 보면 여전히 그날의 냄새가 떠오른다.
#2 뱅쇼
겨울만 되면 책바에 막 들어온 손님들에게 듣는 말이 있었다. "지금 여기서 나는 향이 뭔가요?" 처음에는 무슨 향으로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지만 이내 떠올랐다. 뱅쇼 향이었다. 레드 와인에 오렌지, 정향, 시나몬 등을 넣어 뭉근하게 끓이면 그 향이 금새 공간을 채운다. 한때 뱅쇼는 겨울을 대표하는 메뉴 중 하나여서 너도나도 마시곤 했다. 이 향기는 몇 차례의 겨울을 거쳐 공간에 스며들었다.
#3 라이터스덴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어떤 공간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찾아왔다. 생존의 위기는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도 잊혀지는 공간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디퓨저가 라이터스 덴(Writer's Den)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처럼, 어떤 향을 맡는 순간 그 공간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향기를 만들고 싶었다. 제조사와 미팅하면서 좋아하는 향조 뿐만 아니라 장맛비, 뱅쇼 등 책바의 공간 향에 영향을 미쳤던 역사를 모두 말씀드렸다. 위스키 보틀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에 책바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향인 라이터스덴은 그 이후로 책바의 한 켠을 지키고 있다.
물론 가장 기본은 수많은 책과 술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이다. 새 책의 잉크 냄새, 헌 책의 눅눅한 종이 냄새, 각종 위스키의 보틀 코르크를 열 때마다 조금씩 새어나오는 향 등이 모두 더해져 오늘의 책바 향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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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정인성
오늘의 [ 제철과일 칵테일 ]
9년 전 캘리포니아에 갔을 때 살살 불어오는 바람이 유난히 다정하게 느껴져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여기는 왜 이렇게 날씨가 좋아?” 라며 멍청한 질문을 던졌고, 그는 당연한 표정으로 “캘리포니아니까” 라며 현명한 대답으로 응했다.
캘리포니아는 지중해성 기후로 대체로 온화하다. 추위든 더위든 날씨를 탓하며 벌벌 떨 일이 거의 없다. 그때 이후로 캘리포니아에서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이 공상은 나무에 매달린 나무늘보처럼 오랫동안 들러붙어 있다가 제철음식의 매력을 알게된 이후에서야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에 그치지 않고 24개의 절기가 약 15일 간격으로 존재한다. 신기하게도 절기는 타이밍이 맞다. 곡우 즈음이 되면 봄비가 내리며 바닥이 새하얀 벚꽃 잎으로 가득해지고, 처서가 오면 모기 입이 비뚤어질 정도로 더위가 한풀 꺾인다. 각각의 계절과 절기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들이 등장한다.
어렸을 적 낑깡으로 불렀던 금귤은 봄을 알리는 과일이다. 개나리가 피기 시작하면 마트 매대에 주황빛의 탱글탱글한 금귤이 깔린다. 겨울에서 봄은 가장 반가운 계절 변화이기에, 이 소식을 작년부터 제철과일 칵테일이란 명목으로 알리게 됐다.
이제부터 금귤 보드카 토닉을 만드는 (매우 간단한) 방법.
먼저 금귤을 넉넉히 구해서 껍질 째로 소금물에 꼼꼼이 닦는다. 깨끗해진 금귤을 절반으로 잘라 씨를 바른다. 입구가 넉넉한 유리병에 보드카를 채우고 금귤을 넣어 냉침을 시작한다. (1리터에 12개 정도면 충분하다) 며칠 지나 금귤이 하나 둘 뜨게되면 보드카를 거름망에 걸러 분리한다. 물론 틈틈이 맛보며 타이밍을 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뚜껑을 열었을 때 금귤의 청아한 향에 기분이 좋아지면 그때가 맞다. 이렇게 재료 준비는 완료.
이제 금귤 보드카를 1 온스 따르고 라임즙을 1 티스푼 정도 넣는다. 단단한 얼음을 채우고 토닉워터를 따른 뒤 바 스푼으로 한두 차례 휘저어 골고루 섞는다. 마지막으로 냉침했던 금귤을 활용해 가니쉬로 넣는다. 금귤 보드카 토닉은 냉침에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정작 만들기에는 간편한 칵테일이다. 보드카에 금귤의 새콤달콤한 풍미가 덧입혀지고 라임의 시큼함이 더해진, 그야말로 봄의 맛이다. 그렇게 계절을 마신다.
*본 콘텐츠의 모든 이미지는 니콘 Z fc로 촬영되었습니다.
/오감기록자 정인성
오늘의 [ 책과 잔을 집는 사람들 ]
이십 대는 꿈만으로 먹고 살던 시절이었다. 운이 좋게도 군대에서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고 그때 커리어 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을 정했다. ‘낭만적인 세상을 만들자’고 하는, 지금은 선뜻 말하기 쑥스러운 그런 꿈이었다. 추상적이기만 한 꿈을 현실로 구현해줄 수단은 세 가지. 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 그리고 공간이었다. AI를 포함한 각종 디지털 기술과는 관계없는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내 꿈을 이룰 수단이었다.
책바는 공간으로서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학교를 다니며 콤플렉스로 괴로워하는 남자들을 위한 물건을 만들었고 입사 후에는 독립출판으로 책을 썼다. 퇴사할 무렵 하고 싶었던 것은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마침 상상 속으로만 그렸던 공간의 모습이 있었다.
무모하게 시작했던 만큼 첫 삼사 년은 일만 했다. 혼자 운영하면서 일주일에 여섯 날을 열었고, 새벽 세 시까지 일한 뒤에 찾아온 하루의 휴일은 독서모임에서 클럽장을 하거나 강연 자리에 섰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했을까 싶지만 그때는 당연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알게된 것도 이즈음이다.
집중하는 사람의 모습을 좋아한다. 몰입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성별을 불문하고 이상형을 발견한 사람처럼 곁눈질로 쳐다보게 된다. 이 사실을 책바를 운영하며 알게됐다. 책바는 몇 명이 방문하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에, 일하면서 어느 방향을 둘러봐도 몰입하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들은 턱을 괴며 문장을 탐구하고, 한 손으로는 잔을 들어 위스키를 음미한다. 인상깊은 문장을 발견하면 부지런히 노트에 필사하기도 한다. 손이 쉬지 않는다. 책을 만지고, 잔을 들고, 펜을 집는다. 이 모습들은 어두운 공간에서 밝게 빛난다.
*본 콘텐츠의 모든 이미지는 니콘 Z fc로 촬영되었습니다.
/오감기록자 정인성
오늘의 [ 색감 ]
일상 속에서 사진 찍는 방법-
니콘 Z fc 오감기록단으로 활동하게 되어 딱 나와 어울리는 카메라를 선물 받게 되었다.
Z fc는 아날로그 카메라와 비슷한 모양인데, 사실은 디지털 기능들이 있어서 굉장히 편리하다.
기록이라는 건 생각보다 더 부지런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멀리서 시작하기보다 일상 속에서 그런 영감들을 찾아가며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1.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것에 익숙해지기 (카메라 스트랩은 항상 목이나 손목이나 어깨에 두르기)
2. 일상에서 흔하게 보는 사물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카메라로 바라보는 위치도 이리저리 옮겨가며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기
3.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을 다양한 공간과 다양한 활동 속에서 담아보기
앞으로 니콘 Z fc로 오감을 기록하며 다양한 촬영과 기록에 대한 꿀팁을 공유하려 한다.
이번 영상은 오늘의 [ 색감 ]에 대한 영상 💕🌷
*본 콘텐츠의 모든 이미지는 니콘 Z fc로 촬영되었습니다.
/오감기록자 SOO
오늘의 [ 부지런함 ]
일상을 기록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는 뭐다?
부지런함이다.
기록이라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얼마나 어려우면 일기 쓰기 방학 숙제도 몰아서 하느라 전날 밤 가족들이 밤을 세워야 할까! 그래서 생각보다 기록이라는 것은 통찰력, 창의력 등의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노력하면 할 수 있는 "부지런함"에 그 비법이 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소중한 나날을 기록하기 위해 나와 함께 약속해 주길 바란다:
1. 귀찮아도 카메라를 항상 들고 나가기
2. "찍을까?" 고민하는 순간에 차라리 찍기
3. 관절 아끼지 말고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기
이 세가지만 지켜도 여러분 곁에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훨씬 더 아름다운 기록들이 쌓여 있을 것이다!
*본 콘텐츠의 모든 이미지는 니콘 Z fc로 촬영되었습니다.
/오감기록자 SOO
오늘의 [ 시도 ]
남들이 나에게 갖는 편견을 신경 쓰고 억울해하기 이전에 내가 갖고 있는 세상에 대한 편견을 인지하고 하나씩 타파하는 것이 더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그것이 진정 나를 위한 일이다. 정체성이 강하고, 세상에 대한 호불호가 강한 사람들은 (a.k.a 본격적 자기소개) 우유부단한 사람들에 비해 더 빨리 결정하고 진취적으로 일을 진행시키지만, 동시에 스스로 정해둔 규칙과 스스로 판단한 세상에 대한 철학에 갇혀 남들보다 빠르게 발전성을 잃는 위험이 있다.
한 때는 나는 아날로그 흑백 필름 사진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만이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의 진실을 담고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컬러 필름도 해보고 싶었지만, 내가 컬러를 도전하면 “어, 이제는 흑백 안 하시는거에요?”라는 반응들이 신경 쓰여 내 정체성을 잃기 싫어 계속 흑백 필름만 고집해 왔다. 또, 내가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점과 거기에 더해진 기계를 다루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나는 디지털 카메라는 전혀 내 매체라고 여기지 않고 지내왔다. 매력을 못 느꼈다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다. 디지털 기기를 쓸 자신이 없다는 점과 내 정체성을 하루빨리 더 확립시켜 사람들에게 인지를 쌓고 싶은 마음에 나는 그렇게 내 자신에 대한 편견을 쌓아왔다: 나는 아날로그만 한다.
그러다가 바다로 항해를 떠나 그 과정을 기록하면서 사진이 아닌 영상을 기록 방식으로 선택했는데, 영상은 내 정체성인 흑백 아날로그 사진과는 전혀 다른 장르이다보니 ‘그래 영상쯤이면 디지털 카메라로 해도 되겠지’라고 스스로의 고집을 조금 꺾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디지털 카메라로 세상을 담는 매력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좁은 생각이 얼마나 행동을 제한 시키고 우리를 한계 안에 가두는지! 내가 디지털 작업을 한 짧은 시간 동안에 이룬 성장과 깨달음이 고집스럽게 필름만 고수해 오던 그 오랜 시간보다 훨씬 많았다. 그리고 니콘 Z fc 오감기록자로 활동하며 거의 매일 Z fc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디지털 기록에 더 빠져들게 되었는데, 디지털 기록의 매력은 다음과 같다:
1. 내 눈으로 보는 것 보다 더 섬세하게 촉감을 표현할 수 있음 - 내가 관찰하고 느낀 것을 극대화 할 수 있다
2. 많은 것을 거칠 필요 없이 셔터만 누르면 되는 간편함 - 기록의 비법은 부지런함이기 때문에, 게으른 사람도 치타처럼 빠르게 만들어 줄 수 있다.
3. 필름 값을 생각하지 않고 셔터 누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나 부담 없이 다양한 각도를 연습할 수 있다.
4. 렌즈를 바꿔 낄 필요가 없이 다양한 화각을 활용할 수 있다.
남들의 편견을 바꾸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내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을 고치는 것이 훨씬 고된 일이다. 왜냐면 남들의 편견은 내 눈에 확연히 보이지만, 내 안의 편견은 내 자신의 두려움과 다양한 것들이 섞여 있어 눈치채기 어렵고 관성처럼 쉽게 제자리로 돌아가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편하고" “쉬운” 것들은 멋이 없다. 쟁취하고 노력하고 발견해서 발전하는 태도와 노력이 특별하고 ‘나다운' 삶을 만든다. 어렵더라도 여러분도 내 안의 편견을 깨며 내 머릿속의 가장 시끄러운 질문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를 이겨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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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SOO
오늘의 [ 텍스쳐 ]
혹시 아직도 음식 사진을 항공뷰로 찍고 계신 분들을 위해 -
나도 한 때는 유행하던 음식 사진 항공뷰로 찍기를 좋아했지만, 성능이 좋은 카메라를 만나고 나니 더 다양한 방법으로 음식을 더 맛스럽게 찍게 되었다. 그래서 그 비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음식 사진 맛있게 찍는 방법 :
1. 음식에 가까이 간다
2. 줌을 당긴다 (그렇게 되면 뒷 배경이 축소되어 너저분하지 않고 음식에 더 집중할 수 있어요)
3. 음식의 토핑, 혹은 식감에 집중되는 포인트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사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맛을 다시게 한다.
여러분도 한 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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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SOO
오늘의 [ 가로 세로 ]
가로로 찍을까 세로로 찍을까 고민이 될 때 기억하면 좋은 2가지
길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고민하시는 부분은, 의외로 가로로 찍을까 세로로 찍을까? 이다. 그래서 그런 분들을 위해 아주 간단하게 설명해보려 한다.
가로 사진은 Landscape (풍경)
세로 사진은 Portrait (인물)이라고 기억하면 된다.
그래서 가로로 긴 공간, 물건, 누워있는 사람을 찍을 때는 가로로, 반대로 앉아 있는 사람, 나무 한 그루, 건물 한 개처럼 한 가지 단독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을 때는 세로로 찍는다고 기억한다면 훨씬 쉽다.
물론 그것을 너머서 우리가 표현하려는 것들이 더 다양해지고 의도가 명확 해 질 수록 이렇게 규정짓기가 어려워지지만, 만약 친구가 “나 사진 찍어줘”라고 했을 때, 혹은 여행을 가서 여행지 사진을 찍고 싶을 때 고민이 된다면 이 두가지만 기억하면 훨씬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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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기록자 SOO